손목시계의 시작과 역사
손목시계는 원래 남성보다는 여성용 장신구로 먼저 등장했습니다. 19세기 초반까지 시계는 주로 회중시계(pocket watch) 형태였고, 귀족과 부유층 남성들이 사용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부터 여성들이 팔찌 형태로 시계를 착용하기 시작하면서 손목시계의 개념이 생겨났다. 손목시계가 대중적으로 자리 잡은 결정적인 계기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군인들은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기 불편했기 때문에, 손목에 찰 수 있는 시계가 필요했고, 전쟁 중 여러 나라의 군대에서 손목시계를 사용하면서 실용성이 입증되었고, 이후 남성들도 자연스럽게 손목시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손목시계
1571년, '로버트 두들리'가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에게 증정한 것이 기록으로 남아있는 최초의 손목시계이다. 하지만 이것이 최초의 손목시계는 아니다. 당시 귀족들 계급에서는 팔찌 형태의 시계가 최고급 사치품으로 사용되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문자로 남겨진 것은 여왕의 기록만 있기에 최초의 손목시계로 인정할 수 있다. 당시에는 한 개의 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100% 수작업으로 무려 1~3년이 소요되었다.
어쨌든 현대에 와서 최초를 따지기 좋아하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최초의 손목시계는 파텍 필립에서 만든 손목 시계이다. 이 시계는 다이아몬드 장식으로 시계를 덮고 있고, 이 장식을 열어야 시간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여성을 위한 장신구인 팔찌로서의 역할이었지 시계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다수 있다.
고급 손목시계의 역사
고급 시계(럭셔리 워치)는 정밀한 기술력과 장인정신이 결합된 시계로, 다들 익히 아는 스위스가 대표적인 명가이다. 몇 가지 대표적인 브랜드와 그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자.
1. 파텍 필립 (Patek Philippe, 1839년 설립)
파텍 필립은 폴란드 출신의 안토니 파텍(Antoine Norbert de Patek)과 프랑스 시계 제작자 아드리앙 필립(Adrien Philippe)이 설립한 브랜드로,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희귀한 시계를 제작하는 회사 중 하나이다. 위에서 본 기네스가 인정한 최초의 시계에 대한 권위도 가지고 있지만, 1933년에는 뉴욕의 은행가 헨리 그레이브스를 위해 "그레이브스 슈퍼컴플리케이션"이라는 복잡한 시계를 만들었는데, 이 시계는 24가지 기능을 갖춘 걸작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계는 1999년 1,100만 달러(약123억원), 2014년 소더비에 다시 등장해서 한화 약264억원에 낙찰되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2. 롤렉스 (Rolex, 1905년 설립)
롤렉스는 영국에서 시작하여 후에 스위스로 본사를 옮긴 브랜드이다. 방수 시계의 선구자로, 1926년 세계 최초의 방수 손목시계인 "오이스터(Oyster)"를 출시했습니다. 당시 방수 시계라 말하는 것과 실제로 방수 기능을 입증할 수 있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1927년 롤렉스 오이스터는 메르세데스 글릿즈(Mercedes Gleitze)라는 젊은 영국 여성이 영국 해협을 헤엄쳐 건너는 순간을 함께 했고, 10시간이 넘게 걸려 영국 해협을 헤엄쳐 건넜을 때 롤렉스 시계는 완벽하게 작동했다.
이후 오이스터는 에베레스트 등정에도 스피드 드라이빙, 비행, 탐험 등의 수없이 많은 분야에서 성능을 입증하는 것을 이어갔다. 이후 1953년에는 수심 100미터까지 방수기능을 제공한 최초의 다이버 시계 "서브마리너(Submariner)"를 출시하며, 이후 명품 시계 시장을 선도해 왔다.
3. 오데마 피게 (Audemars Piguet, 1875년 설립)
오데마 피게는 1972년 "로얄 오크(Royal Oak)"라는 모델을 발표하면서, 스포츠 럭셔리 워치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스테인리스 스틸을 고급 시계에 적용한 최초의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4. 바쉐론 콘스탄틴 (Vacheron Constantin, 1755년 설립)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 중 하나로, 클래식하고 우아한 디자인과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시계를 제작합니다. 2015년에는 57개의 컴플리케이션(복잡한 기능)을 탑재한 "레퍼런스 57260"을 공개하여 시계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5. 브레게 (Breguet, 1775년 설립)
브레게는 프랑스 출신의 천재 시계 제작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Abraham-Louis Breguet)가 창립한 브랜드로, **투르비용(Tourbillon)**이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마리 앙투아네트 등 유럽 왕족들이 애용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결론
손목시계는 단순한 시간 확인 도구에서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기술력, 역사, 브랜드 가치, 디자인이 결합된 예술품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고급 시계들은 수백 년간 장인정신을 이어오며, 단순한 악세서리를 넘어 자산 가치와 명품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급 시계의 역사를 보면 의문이 하나 생겨난다. 어떻게 유럽에서만 이런 고급 시계의 역사가 일찌감치 시작되었을까? 대부분의 현대 문명과 기술의 시작과 발전이 유럽에서 일어난 이유는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그리고,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의 식민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16세기부터 시작된 포르투갈의 대항해와 식민지와 착취에서 얻은 막대한 부가 귀족 계층으로 고스란히 흘러들어가면서 수요에 의해 발생한 결과의 산물인 것이다.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도 오랜 시간 이어져온 시계를 비롯한 많은 명품 브랜드에 쌓여온 역사에 지금에도 비싼 값을 치루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시점에 시계라는 것은 점점 사라지는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굳이 시간을 보려고 시계를 찰 필요가 없는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목걸이를 귀걸이를 팔찌를 필요에 의해서 착용하지 않듯이 이제는 시계도 필요조건으로서가 아닌 하나의 악세서리로 쓰임새가 더 커지는 시대인 것이다. 이 말은 굳이 물에 들어가기 위해 오이스터를 찰 필요가 없다는 것. 어떤 시계도 방수가 되고, 시간이 틀리지 않는다. 기술적 정점에 이른 제품들은 결국 브랜드의 명성과 역사에 기대어 갈 뿐이다.
더구나, 스마트워치가 대중화되고 있다. 우리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일 다른 시계, 매일 다른 스트랩을 패션과 악세서리로 사용할 수 있다. 스포츠, 등산, 레저, 여행, 출퇴근의 일상부터 특별한 모임이나 장소에 따라 그리고, 나의 기분에 따라 나를 표현하고 돋보일 수 있는 수많은 아이템들이 있다.